본문에 앞서 사족부터 한 마디. 내가 온라인에서 독설가로 알려져 있는 측면이 약간 있는데, 사실 내가 온라인에서 열 내가면서 논쟁하는 경우는 대부분 독설에 대한 비판이다. 나는 사람이든 회사든 집단이든 누군가를 비난할 때는 그에 걸맞는 충분한 근거와 논리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런 논리가 부족한 비난을 보면 그 비난을 비난하면서 비난 받았던 대상에 실드를 쳐준다. 다음은 최근에 내가 SNS에서 실드를 쳐줬던 대상들이다.
- 티맥스 윈도우 - 티맥스 윈도우가 실체 없이 마케팅으로만 써먹는다는 비난에 실체가 있다고 반론. 결과적으로 티맥스는 윈도우 개발에 쏟은 비용 때문에 (거의) 망했는데도 가짜라는 비난을 들었다. 이 논쟁하면서 kldp에 정나미가 떨어졌다.
- 티몬 - 소셜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이 일시적인 유행으로 끝날 것이며, 업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비난에 반론
- 통합진보당 경선 부정 - 공식 발표를 읽어본 결과 확정 증거가 없었고, 이후 김인성 교수의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서 근거가 충분치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남.
- 요기요를 비롯한 배달 비즈니스 - 음식점 점주 착취하는 비즈니스라는 비난에 반론.
- Toss.im - 아이폰앱이 리젝당한 것에 대해 불만을 늘어놓자 누가 제대로 안해서 리젝당했다고 비난. 나는 앱스토어 심사 기준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
- 나경원 유류비 5800만원 지출 - 대형차로 2년 동안 열심히 돌아다니면 유류비 그 정도 나올 수 있다고 실드.
티몬과 요기요는 내 이익과 관련이 있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둘다 내가 시발시발하면서 퇴사하고 난 이후에 실드를 쳐준 것이다. 그 정도로 나는 부당한 비난을 싫어한다. 특히나 열심히 노력하는 스타트업을 별반 세상에 기여한 것도 없는 사람이 입으로만 조잘조잘 씹으면 졸라 짜증난다.
희승사화는 일본사는넘님이 등장하면서 내가 끼어들 필요가 없어서 구경만 했는데, 지나고 보니 역사의 한 순간이 되어 좀 아쉽다. 병맛 개징징들 자근자근 씹어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그리고, 이번엔 우버다.
페이스북에도 쓴 바 있는데, 우버에 대한 비난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A: 우버 나빠요.
- B: 뭐가 나쁜가요?
- A: 불법이에요.
- B: 그건 아직 법규가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서 그런 거 아닌가요? 법규를 고쳐서 합법화해서 안전도 강화하고 세금도 걷으면 되잖아요.
- A: 우버는 나쁘니까 합법화해줄 가치가 없어요.
- B: 뭐가 나쁜데요?
- A: 불법이에요.
대부분의 비난은 이 틀 안에 들어온다. 그나마 최근 이 틀을 넘어선 비난이 하나(서울시-우버 논란이 우리에게 던진 3가지 질문) 등장하긴 했다. 이 글은 뒤에 다시 반론하기로 하고, 먼저 불법 논란을 살펴보자.
우버는 정말 불법인가?
내가 법률을 잘 아는 건 아니라서 확신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한국 우버의 첫번째 비즈니스 모델인 리무진 회사와의 계약 방식은 리무진 회사의 서비스만큼만 불법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우버는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할 때 리무진 회사와의 계약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버앱으로 손님을 받으면 리무진 회사의 기사에 연결시키고, 그러면 리무진 회사에서 차를 보내줘서 여객을 운송하는 것이다. 리무진 서비스는 장의차로도 이용되고 이건 법에서 명시가 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외에 웨딩카, VIP 운송, 커플들을 위한 이벤트 등에도 많이 쓰인다. 이런 서비스가 합법이라면 우버는 이 리무진 서비스를 연결시켜주는 것 뿐이기 때문에 똑같이 합법이 된다. 그래서 나는 합법인 걸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게 불법인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렇다면 웨딩카도 죄다 불법이라는 이야긴데 좀 납득은 되지 않는다. 아무튼, 설령 불법이라고 한들, 우버가 추가한 불법이 아니라 원래 있었던 불법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원래 있었던 불법을 이용한다고 해서 죄가 가벼워지는 것은 아니나, 적어도 불법을 조장한다는 식의 비난과는 거리가 있다. 우버보다 우버랑 계약했던 MK리무진이 먼저 고발당한 것을 보면 리무진 서비스 자체가 불법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리무진 회사들이 고발당하면서 우버는 리무진 회사로부터 계약을 해지당했고, 그 결과 두번째로 기사와의 직접 계약을 시도했다. 차는 렌트카에서 렌트하고, 기사를 고용하는 것이다. 이건 현행법상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렌트도 합법이고 대리기사는 합법인데, 렌트카를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게 합법인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도 법정 싸움까지 가봐야 아는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어쨋든 우버는 최근 서울시가 불법이라고 공격한 것에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반론하지 않고 법이 못 따라가고 있다는 반론을 펼친 것으로 볼 때, 법정 싸움까지 가면 우버가 질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므로, 일단은 불법으로 간주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부분은 내 의견을 수정한다. 우버는 불법이다.
우버는 의도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나?
여기서 하나 더 짚어야 할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지금 우버 비난자들은 불법이라는 비난을 넘어서서 악의적으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고까지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버의 행적을 보면 그렇지 않다. 우버가 한국에서 처음 서비스할 때 왜 직접 기사와 계약하지 않고 리무진 회사와 계약했을까? 직접 계약하는 게 비용은 훨씬 적게 드는데도 말이다. 당연히 그 이유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기 때문 아니겠는가. 불법보다 큰 리스크는 별로 없다. 우버가 한국에서 사업할 의지가 있는 이상 최대한 법 안에서 해결하고 싶은 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악의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것은 티몬이나 배달의 민족에 쏟아졌던 비난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본다. 그냥 악덕기업으로 몰아넣고 비난하면 쉬우니까. 배달의 민족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이득을 줬는지, 배달의 민족과 계약한 음식점들이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는 관심 없다. 그냥 나쁜 점 하나를 잡았으니 그 때부터 때리기 시작하면 된다.
우버는 스타트업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매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사람들 중에 우버가 불법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물론 많다. 그런데 왜 지지할까? 스타트업 하는 사람들은 도덕성이 낮아서? 직접 스타트업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우버가 일부러 불법을 저지를 리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우버가 불법이라는 이유로 비난하는 건 괜찮지만, 악의적으로 몰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비난도 정도가 있고, 잘못한 만큼만 때려야 한다.
반대로 생각해보자. 우버는 계속 한국에서 비즈니스를 계속 하고 싶은데, 그럼 어떻게 했어야 하나? 불법이니까 무조건 접는 게 옳은가?
우버는 불법이니까 금지해야 하나?
위의 두 주제는 사실 핵심이라기보다, 우버에 쏟아진 비난이 과하다고 생각해서 한 반박이다. 핵심은 바로 불법이라는 이유로 금지해야 하는가다. 현재의 법과 상충하는 새로운 비즈니스가 등장했을 때 그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냥 법을 그대로 두거나, 혹은 추가로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어서 금지하는 것. 두번째는 새 비즈니스를 합법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을 고치고, 세금을 징수하는 것. 위에서 A, B의 대화로 비유한 것도 바로 이것이다. 우버가 가능하도록 법을 고치자고 말하는데, 우버 비난자들은 불법이니까 나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합법화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 비즈니스가 사회에 해로운가 아닌가에 달렸다. 착각하기 쉬운 것 하나를 먼저 짚자면, 사회에 이로운 비즈니스여야 합법화하는 게 아니라, 해롭지 않은 비즈니스면 합법화한다는 것이다. 이건 헌법에서 보장하는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버의 합법화 논쟁에서 답해야 하는 질문은 우버가 이 세상에 해로운 비즈니스인가? 이다.
반복하지만, 여기서 또 해로운 근거로 법을 들먹이면 곤란하다. 그럼 다시 순환 논리에 빠지는 것이다. 우버가 해롭지 않다면 합법화하자 -> 우버는 해롭다 -> 뭐가 해로운데 -> 불법이잖아 -> 해롭지 않다면 합법화하면 되잖아 -> 우버는 해롭다 -> 뭐가 해로운데 -> 불법이잖아. 이거 언제까지 할 건데?
우버 지입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논란도 마찬가지다. 지입이 문제인 건 불법이라는 이유 하나 뿐이다. 혹자는 콜뛰기랑 비교하면서 콜뛰기처럼 나쁜 서비스니까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콜뛰기는 왜 나쁜데? 그럼 답은 또 똑같다. 불법이잖아요. 하지만 콜뛰기 기사들은 강남역에서 선릉역 가자면 세워주는 택시 기사가 몇 명이나 될 것 같아요?라고 항변한다. 수요자들에게 분명 필요한 서비스인데 불법이니까 안된다? 똑같은 순환논리일 뿐이다.
그러니까, 이제 불법이니까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만하고 좀더 발전적인 논리로 넘어가자.
나쁜 짓을 하는 기업의 비즈니스는 금지해야 하는가?
하지만, 그 전에 하나 더 짚을 게 있다. 만일 우버가 단순히 불법인 걸 넘어서서 좀더 나쁜 짓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를테면, 택시 회사들처럼 기사들을 박봉으로 부려먹었다고 치자. 그럼 분명 우버는 비난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게 우버의 비즈니스를 금지시켜야 할 이유가 되는가? 이건 다른 문제다. 정말 나쁜 짓을 했다면 우버라는 회사는 영업을 못하게 막아야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버 합법화 논란은 그것도 또 다른 문제다. 이를테면, 삼성 반도체는 노동자들을 중독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고도 오랫동안 반성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일단 삼성 반도체는 나쁜 회사라고 해보자. 그런데, 여기서 삼성 반도체에게 벌을 주는 게 아니라 한국에서 이제 반도체 산업은 금지! 이러면 말이 될까? 당연히 말이 안된다. 세월호가 여러 가지 안전 규정을 안 지켜서 침몰했으니까 이제 연안여객선 산업 중지! 이러면 납득할 수 있나? 수학여행에서 사고가 났으니 수학여행 금지! 말이 안된다.
그러니까 합법화 논란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우버가 실제로 나쁜 회사인가 아닌가보다,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이다. 현재까지 우버가 어쩔 수 없이 법을 범한 것을 제외하고 별달리 악덕 기업이라고 생각할 만한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설령 그런 행위가 있었다 해도 우리 사회에 여객운송법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볼 기회를 던져준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우버의 비즈니스는 사회에 해로운가?
즉, 우버의 비즈니스를 막고 싶다면 우버가 불법이라거나, 우버 사장님 나빠요 이런 거 말고 사회에 해롭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견 우버라는 서비스에서 해로움을 찾기란 쉽지 않아보인다. 특히 우버 비난자들은 우버가 해로울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것 같다. 지금까지 고객이 이토록 만족감을 표시하는 여객운송 서비스가 한국에 등장한 적이 있었던가? 우버 기사들도 노동 강도에 비해 높은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행여 보수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시장 원리에 의해 자연스럽게 기사를 구하지 못해서 우버가 망하게 될 뿐이다. 그런데 무슨 사회적 해악이 있을까? 오히려 이로운 서비스 아닌가? 우버가 안전하지 않다고? 그럼 S클래스로 고객 모시면서 매너 있게 문 열어주는 기사보다 에어백도 안 달리고 허구한 날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하고, 택시 범죄 두려워서 여자 혼자 타기도 두려운 택시가 더 안전하기라도 하다는 말인가?
여기에는 핵심 이해 관계자인 택시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사실 택시야말로 우버 뿐 아니라 모든 자동차 관련 공유경제 비즈니스의 핵심 쟁점이다. 왜냐, 운송사업법에서 비영업용 차량의 여객운송을 금지하고, 특히 택시와 겹칠 수 있는 비즈니스들을 다 금지하는 이유는 택시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택시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면 노란 번호판이 그렇게 비싸야 할 이유가 없다. (물론 택시 외에 버스, 화물운송 등도 다 해당이 되나, 논점에 차이가 없으므로 택시만 거론한다.) 또 하나의 자동차 공유 경제 서비스인 티클을 생각해보자. 카풀해서 돈도 아끼고 편하게 출퇴근하면 얼마나 좋은가. 근데 티클이 잘될 수 없는 것은 보상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기름값만 주고 받아도 개인 자동차를 이용한 영리 행위가 되어서 불법이 된다. 왜 이런 좋은 서비스를 못하는가? 택시 영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우버를 금지해야 한다면 그 유일한 이유는 택시이므로 우버 논란의 본질은 택시 영업권 보호 논란인 거다.
택시 영업권은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힘겹게 드디어 핵심 쟁점으로 왔다. 근데 핵심이라고 해놓고 이런 말 해서 좀 김이 빠지는 이야기겠지만, 택시 영업권 문제는 이념적인 문제도 얽혀 있는, 몹시 어렵고 복잡한 문제라서 나도 명확하게 이쪽이 옳다 주장할 수는 없다. 행여 그렇게 주장한다면 그건 오만이겠지. 사실 내가 우버에 대한 비난들이 짜증나는 이유가, 우버 논란의 핵심이 택시 영업권인 것도 모르면서 비난하는 것 뿐 아니라, 택시 영업권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모르면서 쉽게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쟁점만 언급할 것이다. 어차피 이 글의 목적은 우버의 합법화를 지지하고자 하는 것보다, 우버에 대한 부당한 비난을 분쇄하고 우버 논쟁을 조금 더 발전적으로 이끌기 위해서이므로, 굳이 내가 여기서 택시 영업권 따위 보장할 필요 없어 같은 과격한 주장을 할 필요도 없다.
택시 영업권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택시 사업이라는 게 별다른 기술과 자본이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 중에 상대적으로 괜찮은 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인 셈이다. 그런데 만일 택시 면허를 개방한다면 어떻게 될까? 중산층이면서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도 택시 영업을 하게 되면 경쟁이 심해지게 된다. 예를 들어 그럭저럭 먹고 사는 집의 대학생 아들이 알바로 택시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면 경쟁이 치열해져서 이 대학생의 수입이 좀 줄어도 다른 알바보다 나으니까 상관 없는 반면, 전업 택시기사들은 생계에 타격이 오게 된다. 돈 많이 벌어서 임대수익으로 먹고 사는 40대 아저씨가 취미로 택시 영업을 한다거나,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 보낸 아줌마가 부업으로 한다거나 이러면 당장 택시기사들은 곤란하다. 그래서 일종의 사회 안전망으로서 택시 영업권을 보호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대한 반론도 있다. 그럼 저소득층 많은데 택시기사만 보장해주면 그것도 일종의 불평등 아니냐고. 그래서 이게 어려운 문제인 것이다. 저소득층에게 제한적이나마 살 길을 열어줄 것인가, 아니면 어차피 다들 가난한데 왜 일부만 특혜를 주느냐. 나도 잘 모르겠다.
두번째 이유는 대중교통의 빠진 고리라는 것이다. 버스, 지하철로 커버하지 못하는 영역을 광범위하게 택시가 커버해주는 것이다. 그런 만큼 택시 사업이 행여 붕괴하게 되고 우버만 살아남는다면 서민들 입장에서는 택시비가 올라가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다. 안 그래도 택시비 부담스럽다고 하는 판국에 그보다 2~4배를 내야 한다면 곤란하겠지.
앞서 스킵했던 버스나 화물운송도 마찬가지다. 화물운송의 장벽이 낮아지면 안 그래도 밤 12시까지 택배 배달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되겠는가?
그래서, 이래저래 택시 영업권을 보호해야할 이유는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 우버가 겪는 논란은 대부분 택시와의 싸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택시에 대한 적대감이 높아서 그런지 택시 이야기는 안하면서 우버만 까고 있으니 본질로 접근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럼 택시 영업은 이대로 좋은가
그래, 택시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그럴 듯하다고 치자. 그런데, 지금 우버가 이렇게 고객들에게 호평을 받는 것은 그동안 택시가 워낙 개떡같았기 때문이다. 택시는 이용객들도 싫어하고,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자가용 운전자도 싫어하고, 심지어 버스 승객들까지 싫어한다. 그럼 현재 택시가 이렇게 개판이고, 그 구멍을 우버가 잘 메꿔주고 있는데도 우버를 허용하면 안되는가? 얼마 전 전국 택시 파업 때 사람들이 얼마나 환호했는가?
결국 택시 영업권을 보장했던 두번째 이유, 대중교통의 빠진 고리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로 갈 수 없으면서 택시기사들이 선호하지 않는 경로로 빠르게 이동할 권리가 현재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없다. 빠진 고리는 이것 뿐만이 아니다. 장애인의 택시 탑승도 어렵고, 아이를 데리고 이동하는 엄마들도 힘들다. 아기를 에어백 삼아 안고 운전하는 어처구니 없는 엄마들은 왜 존재하는가? 안심하고 편하게 아기와 함께 탈 만한 대중교통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버는 이런 고리를 채워줄 수 있다.
그렇다면 합법화 방안은 단순히 지입 허용 같은 과격한 법안이 아니어도 될 수 있다. 고급 리무진의 범용적인 서비스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 수도 있다. 그러니까 우버가 보여준 빠진 고리를 통해서 법안을 개선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자는 것인가?
우버는 혁신인가?
서울시-우버 논란이 우리에게 던진 3가지 질문에서는 세 가지 쟁점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우버는 공유경제인가? 를 던지고 공유경제가 아니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런데, 공유경제든 아니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공유경제가 아닌 서비스는 금지해야 하나? 앞서 언급했듯, 법 테두리 밖에서 새로 등장한 비즈니스를 그대로 금지할 것이나 합법화할 것이냐는 그 비즈니스가 유익한가 아닌가가 아니라, 해로운가 아닌가에 달려 있다. 우버는 공유경제일 필요가 없다.
두번째로 혁신이라는 이유로 탈세를 이해해야 하는가? 앞서 언급했듯 합법화해서 세금 걷으면 된다. 앱스토어도 처음에는 한국에 세금 안 냈다. 애플과 정부가 계속 협상하면서 내게 된 것. 우버는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조세회피라면 삼성도 하고 있는데 그럼 삼성도 쫓아낼래?
세번째로 제도를 바꿔야 할만큼 우버는 혁신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고, 아니라고 답하고 있다. 근데 왜 제도를 바꾸는데 꼭 혁신이 필요한가? 혁신이 필요하지 않은 뻔한 비즈니스는 제도를 바꿀 필요가 없는가? 그럼 SSM은 허용하면 절대 안되겠네? 역시 첫번째와 마찬가지다. 해롭지 않으면 합법화해서 세금을 걷는 게 옳다.
게다가 혁신에 대한 정의도 몹시 자의적이다. 혁신이라는 키워드는 슘페터가 점령한 키워드인가? 이건 아이폰 새로 나올 때마다 "아이폰, 혁신은 없었다" 하고 기사 내는 신문들이랑 뭐가 다른가? 공유경제의 원조 에어비앤비를 넘어 전세계 스타트업 중에 최고의 valuation을 받고 있는 회사, 대중교통의 부족한 점을 찾아내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받는 회사가 혁신이 아니면 대체 뭐가 혁신인데? 심지어 슘페터의 정의로 봐도 우버는 충분히 혁신이다. 택시가 커버하지 못했던 시장을 발견하고 개척했는데 왜 이건 빠뜨리는가? 세그멘테이션도 새로운 시장이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왜 운전기사를 공급할 새로운 방법을 써먹지 못하는데? 법이 막고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역시 순환논리다. 도대체 말이 되는 구석이 없는 논리인데 한국 사람들은 "혁신은 없었다"를 참 좋아하나보다.
공유경제로서의 우버
물론 우버는 공유경제여야 할 필요가 없다. 소셜커머스가 소셜이 아니라도 상관 없는 것처럼. 하지만, 우버가 공유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우버와 관련된 법이 다른 공유경제 비즈니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버 논쟁이 결국 택시 영업권 보호를 건드리는 논쟁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동차는 가동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는 대표적인 낭비 요소다. 비행기와 비교하면 극명하게 드러나는데, 비행기는 역으로 가동률이 90%를 넘는다고 한다. 비행기 일생의 90%는 날고 있거나 움직이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자동차는 대부분의 일생을 주차된 상태로 보낸다. 얼마나 큰 낭비인가.
그런데 만일 개인 소유의 자동차로 영리 활동을 가능하게 해준다면 많은 이득이 발생한다. 대중교통과 자가용 사이에 메우지 못하는 많은 간극을 메울 수 있고, 교통비도 절감할 수 있다. 아파트 주차장에는 낮에도 주차된 차들이 가득한데, 이런 차들을 빌려서 백화점을 갔다오고 싶은 엄마들과 아기들을 실어나를 수도 있다. 주말에만 타는 스포츠카를 평일에 빌려줄 수도 있고, 타보고 싶은 자동차를 싼 가격에 타볼 수도 있을 것이다. 티클 같은 카풀 서비스도 더 활성화될 거고. 어쨋든 지구와 인간에 모두 유익한(자동차 회사만 빼고) 비즈니스가 많이 등장할 것이다.
자동차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법이 개인간 거래를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버는 그 논쟁을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래서 단순히 우버를 허용하느냐 마느냐를 넘어서서 우버와 유사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도록 법규를 고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시작해야 한다.